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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김선숙

만정도화(滿庭桃花) 2008. 9. 5. 09:22

한비문학상 수필대상

문단데뷰

조카며느리, 김선숙 수필가.시인

"축" 수필대상

한비문학상 수필대상을 수여하면서 문단에 데뷰하였답니다.

조카며느리의 문단 데뷰를 축하합니다.

(조카 홍승균의 배우자. 홍은선 형님의 작은며느님)

한비문학으로 김선숙작가 바로 보러가기

아래주소를 클릭 해주세요!

http://hanbimh.com/k0003/




수필부문 대상 수상한비문학 수상자들과

내빈한비문학상 수필대상

신인당선자 시상식을 마치고..



수상을 축하해주기 위해 함께 한 가족
김선숙 2006-12-31


친정 부모님..남동생..시댁 형님과 조카
나의 남편..사랑스런 비둘기 세마리

시상식후 사진촬영을 위해

한복으로.. 저 예쁘죠^^






봄 햇살 눈부신 날
문경에 있는 시민 정구장에서..
아들 녀석의 정구 대회를 응원차 내려 갔었다


살며 생각하며..


여행


김선숙 2008-02-18


팽창된 속살 터지던 날
폭죽 쏟아지 듯 화려한 꼬리 달고
밀월여행 떠납니다

반짝이는 은빛 춤 사리
멈추지 못할 여행
어느 낯선 자리 숨어들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방황하는 발길 잡을 것은
바람뿐이란 것은 압니다

이번 여행엔
부드럽고 따스한 바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악몽


김선숙 2007-12-26


코 끝에 바닷내음 매서운 바람
내 기억속에 또다른 한편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


별하나 뜨지 않았던 밤
하얗게 밀려왔다 밀려가는 포말
잔잔히 철썩이는 파도소리


홀로 거닐었던 신두리 해변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니었던
그밤에 나는 황홀한 꿈속을 헤메였고
이른아침 엽서를 집어든다


신두리 바닷가 내음을 가득 담아
꼭꼭 숨겨두고 싶은 마음
펼쳐 놓았다

다시 꿈을 꾼다


추억은 먼 기억속에서만 가물 거리고
움직일 수 없는 갑갑함에
온 밤 내내 허우적 거리며
그날의 까맣던 밤 보다


더 새까만 눈으로 바라보는 눈망울
헐떡이는 숨소리
굳어가는 생명
진땀 흘리며 깨어난 아침

악몽이다.





그대, 그랬었군요


김선숙 2007-08-30

비가 촉촉히 내리는

창가에 서서

먼곳 버스 정류장에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갈곳이 있는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나면

빈 정류장만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비오는날

눈이 아프도록

창밖을 내다보고 있을 나를

그대가 알고 있었군요


아버지


김선숙 2007-09-15

뼈 속에 감춰진 오장육부

갈기갈기 찢기 듯 고통스러워

비명에 가까운 통곡해야만 했을 아버지

속울음 삼키느라 숨조차 버거웠을

당신의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한줌의 재로 남은

자식을 납골당에 두고 오던 날

차마 입 밖으로 오열하지 못한

아버지만의 고통을

절반쯤이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만

지금도 다 모릅니다.


넓은 어깨가 가벼운 종잇장처럼

허공에서 흔들리던 날

바지 뒤춤에 감춰진 손수건

끝내 꺼내지 않으신걸 압니다.


잠드신 얼굴에서

갑자기 늙어버린 아버지를 봅니다

이렇게 되지 않고서야

아버지인들 견뎌낼 방법이 있었을까요.


무엇으로 내색할 수 있었을까요.



편지

(한비문학 7월호 권두수필)


김선숙 2006-06-23


간밤엔 긴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를 쓰는 내내 눈물이 뚝뚝 떨어져 편지지에 눈물자국 가득합니다

써놓은 편지를 반듯하게 잘 접어서 편지 봉투에 넣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우체국으로 가서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을 겁니다

아침이 되어 어젯밤 썼던 편지를 다시 꺼내어 마지막으로 읽어봅니다

유치하기 짝이 없고, 후회가 파도 치며 밀려옵니다

지난날의 모든 시간이 한꺼번에 밀려와 망설이게 합니다

편지를 찢어 버리고 간밤에 눈물 뚝뚝 흘리며 썼던 편지였지만 부치지 않았습니다

편지를 많이 썼던 먼 기억의 단상들을 떠올려 보는 부분입니다

편지는 쓰면서 반성하고 쓰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좀더 아름다운 단어를 찾고 사랑스런 표현을 생각하게 합니다. 편지는 울컥했던 마음도 불같이 타오르는 사랑에 대한 감정도 헤어짐을 말하고 싶은 순간도 어느 정도는 한번 더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그래서 써 놓고 부치지 못하는 편지도 꽤 됩니다

지금은 사람이 사는 곳의 주소 보다는 전자우편 주소가 있으면 쉽습니다

우표를 붙히러 우체국에 가지 않아도 되고 답장을 오래 기다리거나 편지를 받았나

아직 받아 보지 못했나 궁금할 것도 없습니다. 순식간에 전송되고 수신확인이 가능합니다

사람의 정서가 메마른 낙엽처럼 위태위태 부서져 버릴것 같은 것도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진 여러가지 이유로 인한 변화입니다. 낭만이 없고 이익에 충실하고 손해보는 일은 하기 싫어하고 진심을 전하는 일에도 이성적인 것보다는 참을성 없는 급함이 앞섭니다

전자우편 보다 더 간단한 것이 문자입니다

휴대폰을 이용한 문자 보내기는 길게 쓸 필요도 없고 간단 명료한 중요한 말을 몇자 찍으면 됩니다

오래전엔 급한일을 전하는 전보가 있었습니다. 전보는 글자 수대로 요금을 지불해야 해서 전해야 할 내용을 가능하면 아주 간단하게 요약해서 보냅니다. 지금 문자가 예전에 전보 같습니다

말도 줄여서 쓰고 대부분 생략해서 보내도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다 알아서 해석합니다

간편하고 편해진 것들에 익숙해진 생활의 한 단면입니다

멜도 문자도 귀찮아지면 더 쉬운 것이 휴대전화입니다

동전도 필요 없고 기다릴 필요도 없으며, 항상 내 손안에 있으면서 시간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원하는 사람과 통화를 할 수 있습니다

전자우편으로 편지 쓰는 일 귀찮고 문자 찍는 것 조차 귀찮다면 휴대전화를 하면 됩니다

말로 해버리는 것이 제일 쉬운 세상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말이 얼마나 무서운줄을 모릅니다

이미 내 입에서 나가버린 말은 때론 상처가 되기도 하고 지울수 없는 안좋은 기억을 갖게 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초교때는 싸운 친구나 감정이 서로 나빠져서 말을 하지 않는 친구에게는

늘 편지를 쓰곤 했습니다. 편지를 쓰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처음엔 서운한 감정으로 쓰다가도 편지가 끝날때 쯤엔 내가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글을 봅니다

성장하면서도 말로 하기 어려운 부분은 늘 편지로 대신했습니다

지금은 딸애하고 편지로 마음을 주고 받습니다

한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편지를 주고 받으며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을 키웁니다

차마 말로 다하지 못한 부분들, 또는 사과의 말들, 편지로 써서 놓고 가면 답장을 씁니다

말주변이 없는 나로서는 말로 하는 것보다는 편지가 더 쉽습니다

이상하게 마음과 달리 툭 튀어가는 말, 그러지 말아야지 마음 먹어도 늘 마음과 어긋나게 뱉어지는 상처를 주는 말들, 그래서 자꾸 말을 줄이게 되고 편지를 쓰려고 하는가 봅니다

편지는 나의 마음을 충분히 전할 수 있고 편지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누구의 간섭을 받는 것도 싫어하고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도 싫어하고 깊이 알려고 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각자가 모여서 하나가 되어 있지만 실상은 모두 철저한 개인주의 입니다.

자기 중심적이어서 상대방의 감정은 헤아리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답을 듣고 싶어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내 이익을 얻는 것도 진득하니 기다리기 싫습니다. 그러다 보니 편지를 쓰고 부치고 그리고 다시 회신이 오는 시간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위해서 많은 것들이 개발되고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목마르게 그리운 것들이 많습니다

돌아가고픈 옛시절을 떠올리고 그때 함께 어울렸던 사람들을 그리워 합니다

이제 펜을 들어 편지를 써야 겠습니다

편지를 쓰는 내내 내 입가에 머무르는 미소를 생각하며 편지를 받을 사람을 오랫동안 떠올려 보려고 합니다. 맘에 안들면 지우고 또 지우고 그것도 안되면 몇장의 편지지를 구겨 버리면서라도 편지를 써 보려고 합니다. 다쓴 편지를 곱게 접어 그것에 어울리는 편지봉투를 골라서 넣을 겁니다

이제 나는 우체국에 편지를 부치러 갈 것이고. 우체국 계단을 오르고 내리면서

유치환의 행복을 중얼거리고 있을 겁니다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 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전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사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 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찬장

(한비문학 7월도 초대수필)


김선숙 2006-06-05

뜬금없이 어느 날 부터인가 초록빛의 찬장이 눈에 선한 것이 자꾸 그리워집니다
지금은 냉장고란 것이 있어서 음식을 해두고 며칠씩 보관이 가능하지만
어릴 적 자랄 때 보면 어머니는 늘 초록색 찬장 속에 음식을 넣어두곤 하셨지요


그때는 어떻게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셨을까 다시 생각을 해봅니다
여름에 열무김치는 시원한 우물 속에 줄을 매달아 넣어두고
끼니때마다 꺼내서 상에 내놓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우물 속에는 아이 머리만 한 수박이 통째로 들어가 있기도 하고
매우 깊어서 두레박질을 하려면 팔이 아팠겠지만 어머니는 늘 우물 속에
김치통을 넣어 두시곤 했습니다

그건 그렇게 했다 치고 다른 음식들은 어떻게 보관하셨을까 싶습니다
대부분 밑반찬은 조리거나 젓갈종류거나 절임이었던 것이었고
그때그때 식사때마다 음식을 준비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매우 분주한 식사 시간이었겠지요
굽고 볶고 무치고...늘 그렇게 끼니때마다 바쁘셨을겁니다


쉬이 상하는 음식은 그때에 모두 먹을 수 있는 양을 준비하셨고
이른 새벽에 종소리 울리며 지나가는 두부장수나 어묵장사를 세워서
반찬거리를 사들고 들어오시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어느 땐 부엌으로 쭈르르 달려가서는 방금 사온 따끈따끈한 어묵을
동생들과 같이 졸라서 한 장씩 얻어서는 입이 미어지라고 먹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요즘에 와서 왜 자꾸만 어머니가 늘 종종걸음을 치시던 부엌 한쪽에 있던

초록색 찬장이 자꾸 생각이 나는지요


그 또한 지나간 추억중 하나이기에 그럴까요
사라져버린 많은 것들에 대한 향수가 발동하기 때문일까요
이 나라를 떠나 먼 타국에 이민을 하여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향수병
요즘 지나온 시간 속의 추억에 대한 향수병에 시달립니다

단지 사라지고 없는 찬장이란 물건에 대한 그리움이 전부는 아닌 것 같고

그 찬장 속에 어머니께서 준비해 두셨던 여러가지 먹을거리에 대한 그리움인 것 같습니다

항상 직장일로 바쁘셨던 어머께서 학교에서 돌아와 배고플 자식들을 위해

정성스레 준비 해두셨던 음식들에 대한 향수인가 봅니다

밀가루 반죽을 발효 시켜서 막걸리를 붓고 쪄 놓은 노오란 빵과 철따라 나오는 고구마나 옥수수,

감자를 삶아서 대나무 소쿠리에 담아 두시거나 쑥버무리를 쪄서 채반에 담아 하얀 천으로 덮어 두시거나 하셨던 어머니의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큰 탓인가 봅니다

학교에서 배구 연습을 하고 십리가 되는 길을 걸어 집에 도착할 때 쯤이면

너무 배가 고픈 나였으므로 들어서자 마자 찬장을 열어보게 되는데

그 속에 아침에 먹다 남은 밥을 담아 놓은 주발이나 반찬이 참 반갑고

어머니께서 배고픈 딸년 생각에 이렇게 해 놓고 가셨구나 하는 마음으로 허기진

배고픔과 어머니가 반겨주시지 않는 빈집에 들어서는 외로움을 동시에 포만감으로

채워가던 때가 그리워져 자꾸 찬장이 생각이 나는 가 봅니다


지금처럼 뚜껑이 함께 딸려있는 여러 종류의 반찬 통이 없던 그때
어머니께서는 반찬을 정갈하게 담아서 대접으로 잘 덮어 두셨고
식기들이 종류별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그 시절 어머니께서 가족의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챙겨 먹이고 했던 부엌 한쪽의 초록색 찬장을 떠올리면서 내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주방을 봅니다

설거지 하기 너무 편한 키 맞춤 싱크대하며 언제든 원하면 불을 켜고 음식을 할 수 있는 조리대하며
전원만 꽂아주면 저절로 밥을 해주는 전기밥통과 윙하는 소리와 함께 요란하게 돌아가는 믹서기 며칠을 두어도 상하지 않도록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에 식기가 차곡차곡 챙겨져 있는 많은 수납장과 모양도 가지가지 다양한 그릇들하며 참 편리하기 그지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편해서 너무 편해서 그 시절의 나의 어머니만큼의 고생스러움은 없는데
왜 자꾸만 그 초록색 찬장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그 찬장뿐이 아니지만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가족들이 모여 사는 한울타리 안에서 못내 아쉽고 다시 보고 싶은 것들을 떠올립니다

청소기, 화장실, 자동차, 리모컨, 믹서기, 전기밥통, 김치냉장고, 컴퓨터, 휴대전화기, MP3, 에어컨, 디카 등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것들의 홍수 속에서 몸은 편해졌는데 마음은 자꾸 어릴 적 것들에 대해서 그리움을 갖습니다.


그런것 같습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성장할 때 엄마의 뱃속에 있었을 때의 자궁의 편안함을
못 잊고 자꾸 구석지고 좁은 곳으로 들어가 놀고 싶어하는 것처럼
사라져가고 없는 것들에 대한 향수는 정신없이 살아온 지난날을 뒤돌아 볼 때
문득 떠오르는 추억들의 환상에서 취해 있고 싶음인가 봅니다

사라지고 없는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닌 지금
뜬금없이 떠오른 찬장에 대한 그리움 한가닥을 써내려 가며 위로해 봅니다

나이를 먹는가 봅니다

어머니께서 살아내신 그 길의 어디 쯤에서 내 자신을 돌아 보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나 또한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가 봅니다

그 시절의 나의 어머니의 반도 흉내내지 못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심리테스트

(한비문학 6월호 초대수필)


김선숙 2006-04-26


1. 가장 행복했던 기억
2. 가장 슬펐던 기억
3. 소원이 있다면 세가지를 쓰세요
4. 만약 동물로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나요



이렇게 네가지 문항을 가지고 심리테스트에 들어갔다


나는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첫애를 낳았을 때라고 적었다.
첫 출산은 두려움과 심한 진통으로 혼자 감당할 자신이 없었지만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므로 진통을 조금이나마 희석 시킬 수 있는
생각을 하기로 했다. 출산 준비물로 여러가지를 준비했지만


그중에서 너무 작고 앙징맞은 아기의 양말이 정말 신기했는데 진통을 할때
세상에 태어나 그 작고 앙징맞은 양말을 신고있을 아기의 발을 떠올리며 참아낼 수 있었다.

두번째로는 작년에 이세상을 떠나버린 동생의 죽음에 대해서 썼다.
일주일전에 목소리를 듣고 껄껄 큰소리로 웃으며 일본 친구들한테
우리 가족들 사진도 보여주고 누나 홈페이지에 가서 글도 보여주며 자랑했노라고
자주자주 들러서 사진도 보고 글도 보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일본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을때
그때의 심정은 지금도 지울수 없는 아픔이다 , 고통이다.

세번째로 소원이었다


소원 하나는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실컷 여행을 하면서 만나고 싶다고 썼다
두번째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고 썼다
세번째는 아이들의 미래가 보장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썼다
그리고 마지막 동물로 태어난다면 새로 태어나고 싶다고 썼다

심리테스트를 마친 교수는 설명한다


엄마라는 위치에 있으므로 첫 출산에 대한 기쁨은 당연한 것이고
그러나 최근의 것이 행복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근래에 행복한 것이 없으므로 행복했던 기억을 찾기 위해서 자꾸만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최근에 행복했던
순간을 썼다면 좋았을 것이라 했다. 물론 수필가로 당선 되었을 때가 기뻣지만 많은 기쁨중에 하나를 고르라 첫 출산이었던 것이다.

두번째의 이야기는 형제를 잃은 슬픔이고 오래전 일이 아니므로
당연히 누구나 갖을 수 있는 슬픔이므로 크게 잘못 된것은 없다고 한다
동생의 죽음에 대해서 교수가 말 할때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흘려야 했다


생각하기 싫은 사고의 순간이 영상으로 떠올라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세가지 소원이 문제였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마음껏 만나지 못하고 있고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지금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한 충동이 있어서라고 했다


또한 만날 수 없는 가상의 인물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 또한 현실 도피성이 강하다고 한다
죽음으로 인해 만날 수 없는 이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지도 모르기에
현실에 대한 불만족감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두번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 도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가상의 세계를 꿈꾸는 일이라고 했다. 현실성 없이 만들어내고 꾸며낼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환상을 꿈꾸는 일이고 어찌보면 경제적으로 기대감을 갖는 심리일수도 있다고 한다. 베스트셀러작가가 되면 큰 돈을 벌을 수 있다는 심리적인 것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세번째로 아이들의 미래가 보장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한것도
지금의 현실이 불안정하고 무엇인가 두려움이 가득하여 안정적인 것을
꿈꾸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새가 되고 싶다는 것은 자유롭고 싶다는 심리여서
지금 현실에 처해있는 자신의 생활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그 기능을
다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고 한다

나는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현실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또한 안주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뒤늦게 시작한 여러가지 것들에 대한 앞으로의 불투명한 과제들을
나열해 놓고보면 불안투성이다. 나도 모르게 내 자신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심리테스트를 마치고 나서 혼자 곰곰히 생각하고
교수를 따라가서 더욱 구체적으로 질문을 해본다


나는 작가이므로 베스트셀러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가졌을 뿐인데
결과적으론 경제적인것에 아무래도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라고
엄마이기에 아이들의 장래가 보장되기를 바랬을뿐이지만


결국은 불안정한 현실에 대한 잠재적인 심정이 드러난 것이라고
새가 되고 싶은 것 역시 현실에서 도피해서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싶은것이라고
지금 머물러 있는 이곳에서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어한다고...

심리테스트는 내가 사회에 나가서 다른 대상을 상대로 해야할 과업중 하나인데
실습으로 해본 결과 내 자신의 앞날에 대한 불투명한 두려움과 많이 지쳐 있고
도피하고 싶어 하는 내적 심리가 사실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맞다. 나는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서 정진할 것이다.
영원한 만족이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강의실을 나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가로등이 길을 비추고
스산한 바람에 벚꽃잎이 비처럼 쏟아지는데
지금 처해 있는 나의 존재는 어디쯤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인가
삶의 희노애락속에 인생에 있어서 지금 나는 어디쯤 서 있는것인가

내 삶에 만족하는 날이 올것인다


오지 않을 것이다. 삶이 그런것이 아닌가
만족한다면 더이상 추구할 것이 있겠는가
안주한다면 무슨 낙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수없이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현실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내 자신에게 위로를 해본다. 누구나 다 현실에 만족할 순 없다고
너만 그런게 아니라고 그러니 힘내라고 만족은 아니더라도 도피하거나
멀리 아주 멀리 날아가 버리고 싶어지는 마음은 조금은 사라질거라고.


그러기 위해선 너 좋아하는 글쓰는 일 게을리 하지 말라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차창밖으로 지나치는 밤풍경을 뒤로하며 내 보금자리를 향해 달렸다.





느린것의 아름다움

(시인과사색동인지1호 작품)


김선숙 2006-04-17

좋아하는 산책로가 있다
그 길을 걷다 보면 하늘도 들녘도 길 가장자리에 꽃들도 서로 앞다투어
나의 눈길을 원한다. 보아달라고 가장 예쁜 모양으로 가장 신비한 빛으로 나를 부른다


언제부턴가 걷는 일을 내 두다리가 무척 부담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내가 걷지 않았으므로 많은 것들이 피고 지는 것을 알지 못했다
운전을 하면서 그냥 바쁘게 휙휙 지나쳐 버렸던 많은 것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내게 주어졌다
차를 한 주일 정도 정비소에 두어야 할 일이 생겼다
꽤 먼 길을 걸어나가야 버스를 탈 수 있기에 걸었다

걸으면서 길 가장자리에 올망졸망 세상 밖으로 삐져나오기 시작한
여러 가지 풀들도 보았고 야생화도 보았다
아, 맞다 여기쯤엔 이런 것들이 많았었지...
이곳엔 이런 나무들이 많았어라고 중얼거린다


새삼스럽습니다. 매일 지나가는 길이고 수도 없이 보아온 곳인데
나는 차가 달릴 수 있는 길만 보았을 뿐이었다
내가 지나치는 그곳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졌었는지 어떤 것들이 피어나고 시들었는지
나는 보지도 않았고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봄 햇살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나는 가던 길을 오랫동안 멈추어 서서 봄 햇살이 나뭇가지에
걸려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달콤하고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을까
예쁜 아기 어루만지듯 바짝 말라있는 빈 가지를 하염없이 만지고 있다


내 눈에 봄 햇살은 나무에게 사랑을 속삭이거나 애무하듯이 보였다
머지않아 충분히 사랑을 받은 나무는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낼 것이다

또 아주 오래된 느티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그곳엔 박새 등 예쁜 새들이
나무를 깨우고 있었다. 그만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생명을
피워내라고 새들이 조잘조잘 거리고 있었다


새들이 나무에게 무엇이라 말하고 있을까 귀 기울이며 서 있었다
쉬지 않고 자리를 옮기며 수다를 떠는 새들은 어떻게 들으면 노래 같기도
어떻게 들으면 아주 말이 많은 사람들의 수다 같기도 했다
마치 거인이 용트림하듯 느티나무가 꿈틀거리며 기지개를 켠다
수다스럽던 새들이 놀라서 후다닥 하늘로 날아오른다


잠에서 깨어난 나무에서 싱그럽고 힘찬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제 나무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또 다른 한 장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제대로 보지 않고 지나쳐 버린 것이 한둘이 아니다
느린 것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는 시간이었다


천천히 걸으면서 보았다면 나는 더 많은 것들을 보아줄 수 있었을 텐데 싶다
새삼스러울 정도로 낯설게 보이는 것들에 얼마나 미안하던지
생명을 틔우고 다시 시들고를 반복해도 나같이 차를 타고 휙휙 지나쳐 버린
사람들이 한둘이었겠는가

봄이다
무엇에 떠밀리 듯 달려온 나날 남이 뛰니까 같이 뛰어야 하는 줄 알았고
다른 이들이 앞 만보고 가니까 나도 앞만보고 가야 하는 줄 알았던 시간
나만의 시간과 나만의 여유를 내 스스로 망치고 있었다
천천히 약간은 느린듯하게 봄을 만끽하고 싶다


서둘러 꽃이 피기를 바라지도 서둘러 꽃향기를 맡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 자연의 순리대로 피고 지는 것을..
봄의 축제의 나날을 성급하지 않게 기다린다


천천히 피워낸 꽃들은 또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그리고 느리게 그것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여유있는 내 마음은
또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봄 햇살이 창가 앞에서 나를 보며 깔깔거린다
아무래도 오늘은 하루종일 햇살이 그렇게 웃고 있을 것 같다
그 햇살 속에서 오늘은 얼마나 많은 것들이 봄의 축제를 위해 온갖 치장을 하게 될까
나는 완전한 준비를 마치고 등장할 봄의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야겠다


노을지는 하늘도 바라보고 빈들녘 초록빛으로 감도는 것도 바라보고
바람이 불 때마다 코끝을 자극할 모든 자연의 향기를 기대하며 천천히 걸어야겠다.



사랑은언제나 오래 참고 ..

팬파이프 성가연주 2집